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가 대기업 총수 등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전날에 이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국방위원회도 오전 중 의원들 간의 설전으로 파행을 겪는 등 다른 상임위 국감에서도 막말과 호통, 망신주기, 민원성 질의 등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세월호 사태’로 151일간 법안처리 ‘제로’ 등 무책임의 극치를 보였던 국회가 국감에서도 구태정치 행태를 되풀이하자, “문제 의원들을 모조리 낙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회가 사기업 기업주들을 무차별적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사기업의 경영을 보호하는 헌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노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감에서 대기업 총수 증인 채택 여부로 전날에 이어 또다시 충돌했다.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신청한 23명의 증인 중에 노사분규 업체의 총수를 부른 것이 16명”이라며 “국정감사에 불러 망신을 주겠다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모든 기업을 증인으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안 좋은 행태를 보이는 기업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정치권의 고질적인 국감구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목요상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문제가 되는 의원들은 반드시 국민이 표로 낙선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번 국감 구태 행태를 종합 평가해 향후 국민들로 하여금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무분별한 기업인 국감 호출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환노위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국회가 관련 법을 집행함에 있어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과잉 집행”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는 기업 경영권 침해에 해당하는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헌법학계 일각에선 여야의 기업인 무더기 출석 요구가 사기업의 경영을 규제하는 것을 금지한 헌법 126조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일훈·윤정아 기자, 세종 = 신선종 기자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