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방안’은 자영업자 권리를 높여주기 위한 대책이다. 그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의 측면이 있는데다, 의도와는 반대 방향의 부작용(副作用) 소지 또한 안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된다. 정부 대책은 크게 두 줄기다. 건물주가 바뀌어도 임대차 계약 기간 5년을 보장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기존 세입자가 선택한 사람과 계약토록 하는 ‘협력 의무’를 건물주에게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치를 통해 세입자가 건물주의 방해 없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전국 상가 세입자는 218만 명을 헤아리고, 권리금 규모는 33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권리금은 관행적으로 거래되는 무형의 자산이다. 상가 세입자 중에는 임대인의 방해 등으로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자리를 내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월 “상가 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고, 이번 대책은 그 결과물이다. 정부 안대로 ‘영업시설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 노하우, 상가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을 포함한 재산적 가치’로 명문화되면 권리금은 관행을 넘어 법적으로 인정되고, 또 보호받게 되는 것이다.

건물주의 횡포를 방관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일부 사례를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일반화하고, 법제화한다면 과잉 입법 소지가 크다. 권리금은 기본적으로 임차인 간의 문제이고, 액수 또한 양자의 흥정·협상을 통해 정해진다.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권리금을 정부가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있느냐부터가 논란거리다. 개인 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하는 건 사적 자치의 원칙과 충돌하고, 제3자인 건물주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합당하지도 않다. 세입자 결정에서 임대인 의사가 무시된다면 이는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이다.

정부 대책이 세입자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건물주로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아예 권리금을 임대료에 포함시킬 수 있다. 권리금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상권에선 아마도 임대료가 더 오를 것이다. 임대료가 오르면 신규 자영업자들에겐 또 다른 진입 장벽이 된다. 정부 안은 정치권이 발의한 법안보다도 오히려 강도가 높다. 재산권 침해 등 과잉 입법 소지가 다분하고, 세입자 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현장의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