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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 및 선처를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이들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고용 창출과 투자 활성화 등으로 경제 살리기 정책에 적극적인 호응을 해준다면 형사처벌을 받은 기업인들에게 사면 등을 통해 또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정부가 먼저 입을 연 것이다.

24일 황 장관은 “(기업 총수의 사면이) 경제 살리기와 연결된다면 일부러 차단할 필요가 없다”고 한 발언은 선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관계자 역시 “전(全) 정부 차원에서 경제 살리기에 역량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중 재벌에 대한 사면도 국민 여론이 허락하면 어느 단계에서는 검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해당 부처인 법무부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관련 부처에서도 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경제관련 부처 회의에서도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의 사면문제가 언급된 바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대기업 총수들의 사면과 관련해 재계에 보낸 신호는 확실하다. 대통령이 고유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형사처벌을 받은 기업인들이 먼저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적극 창출해 국민적 여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기업인 가석방 사면·복권 원칙적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지만 황 장관을 비롯해 정부 내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정부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여서 주목된다. 또 최근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엄정 판결도 이 같은 대기업에 대한 선처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공식이 깨지며 실제로 실형을 사는 기업 총수들이 늘어나 국민들도 ‘무전유죄 유전무죄’ 의식을 과거보다 덜 갖게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인에 대해 사면을 단행할 경우 가장 먼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3일자로 수감 600일째를 맞기도 했다. 대법원에서 4년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은 형기의 3분의 1을 마친 상태여서 가석방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4년의 실형을 받았지만 병보석 중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치매 등으로 형집행정지 중인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도 선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우 사건이 상고심 계류 중이지만 선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사면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사면이나 기업 총수에 대한 선처가 빠르면 빠를수록 해당 기업의 투자계획 등 경영 정상화가 빨리 이뤄져 국민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 등 선처 방침이 조심스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자칫 섣부른 사면이 국민정서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적 판단을 하겠지만 기업 총수들도 형기를 다 채우는 게 정의의 원칙이고 그게 법질서를 세우는 일”이라며 현재의 사면 분위기를 경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