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구속된 기업 총수에 대한 선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놓고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 선처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을 불허하면서 유력 인사의 가석방 관행에 제동을 건 바 있는 황 장관의 발언에 법조계와 재계는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24일 법무부 관계자는 황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기업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선처 방식은 아직까지 논의된 것이 없다”며 “법무부의 대원칙은 공정한 법집행이며 모든 여건과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는 한 선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지도층에 대한 특혜성 선처 근절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또 다른 법무부 관계자는 황 장관 발언과 관련해 기업 총수 선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법조계 역시 황 장관의 발언을 구속된 일부 기업 총수에게 가석방이나 특별사면 가능성 등을 시사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가석방은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 사람이 죄를 뉘우치고 교도소 생활을 성실히 할 경우 형기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풀어주는 제도다. 잘못을 반성하고 재범 우려가 없는 재소자는 조금이라도 일찍 사회에 내보내 적응력을 키우게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만든 제도다. 법무부는 범죄 내용과 범행 동기, 반성 여부, 재범 가능성을 심사해 가석방 여부를 결정한다.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한 죄인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조치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불구속 수사를 하거나 구형량을 조정하고 수사 대상 혐의를 축소하는 방식의 선처도 가능하다.

황 장관의 발언대로 기업 총수들에 대한 선처가 현실화되면 현재 형량이 확정돼 구속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징역 4년),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징역 3년6월),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징역 4년),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징역 3년) 등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항소심에서 징역 4년6월이 선고됐으나 보석 허가를 받아 현재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이 회장의 모친인 태광그룹 이선애 전 상무 역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를 통과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지난해 7월 가석방 신청을 불허한 황 장관이 기업 총수들에 대한 선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