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삼촌이… ‘性폭행 지옥’에 갇힌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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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저를 딸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해결해주는 대상으로밖에 보질 않았어요. 아빠가 저를 사랑하고 보호해주는 사람이 아니란 걸 받아들이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제 겨우 중학생인 윤민정(가명·15) 양의 고백은 처절했다. 민정이는 자신을 보호해줘야 할 아빠로부터 7년 가까이 성학대를 당했다. 잔인한 학대는 ‘애정’이라는 거짓의 탈을 쓴 채 민정이를 괴롭혔고, 지난 8월 27일 민정이가 영남권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누군가 조금만 일찍 신고했다면”= 악몽은 7년 전 엄마가 집을 나가고 민정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민정이의 아버지 윤모(37) 씨는 학교에 다녀온 민정이에게 목욕을 하자며 화장실로 데려갔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윤 씨는 지속적으로 민정이에게 성학대를 자행했다. 초교 4학년 때는 거실에서 오빠와 함께 TV를 보던 민정이를 안방으로 불러 “소리를 내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뒤 성추행하기도 했다.

민정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되면서 아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느낄 나이가 되자 윤 씨의 행동은 더 이상해졌다. 중학교 때부터는 민정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민정이가 샤워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몰래 찍거나 성추행하는 대가로 용돈을 주겠다고 꾀기도 했다. 지난 6월 윤 씨는 결국 민정이를 성폭행하기까지 했다. 아빠의 성폭행 사실을 숨겨오던 민정이는 지난 8월 27일 오후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아빠 윤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서에서 아빠의 행패 사실을 진술하던 민정이는 어렵게 성학대에 대해 털어놓았고, 결국 윤 씨는 지난 9월 6일 구속됐다.

민정이를 상담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민정이가 오랜 기간 성학대에 시달렸지만, 치명적인 성폭행이 발생한 것은 두 달 전”이라며 “그 전에 누군가 빨리 신고하고 개입했다면 민정이의 상처가 덜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엄마와 동생을 지켜주지 못해 죽고만 싶어요”= 지난 5월 26일 호남지역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울먹이는 남학생의 전화가 걸려왔다.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는 남학생의 목소리에 상담원들은 단순한 청소년 자살신고로 여겼다. 그러나 출동 후 현장에서 만난 중3 김유빈(15·가명) 군은 분노에 가득 차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삼촌(38)이 지적장애 2급인 여동생 유나(13·가명)뿐 아니라 엄마까지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 결과, 이미 지난 2011년 삼촌 김 씨는 유나를 성폭행 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 수사를 받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김 씨는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또 다시 유나를 성폭행했다. 유빈이는 “아버지에게 이야기했지만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아버지를 거역할 힘이 없어 더 일찍 신고하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유빈이와 유나를 삼촌으로부터 격리해 아동그룹홈에서 살도록 했다. 그러나 유빈이의 분노조절장애와 자살충동, 그리고 유나의 돌발행동은 아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동 성학대가 아이들을 보호했어야 할 가족에 의해, 집이라는 은밀한 장소에서 이뤄져 오랫 동안 반복적으로 자행됐다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성학대 사실을 감지한 누군가가 적극 신고하지 않을 경우 오랜기간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3 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판정된 1만857건 중 비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가 7151건(65.9%)으로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건수 3706건(34.1%)의 두 배에 달했다.

안동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아동학대를 외부 개입이 필요 없는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해 온 게 사실”이라며 “아동학대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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