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 법제화는 임차인 보호와 세금 부담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영업 개업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부의 상가 권리금 법제화에 대해 창업·부동산업계에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상가 임대차시장 투명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반기면서도 세금부담 가중에 따른 창업비용 증가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임차인 송모(52) 씨는 16일 “현재 권리금은 시세가 주먹구구로 형성돼 있는데다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돈이어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영세 임차인 보호를 위해 권리금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권리금은 시장에서 임차인 간에 임의로 형성되는 가격인데 이를 법제화하면 부작용도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과 개업을 준비중인 예비 임차인들은 정부가 권리금에 대해 현행 공시지가처럼 고시한다고 해도 ‘시세 권리금’이 다시 형성될 수밖에 없어 양도차익에 따른 세금부담 가중은 물론, 자영업 개업 비용만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땅값에 대해 공시지가, 감정가, 실 매매가(시세)가 있듯이 권리금이 법제화되면 ‘공시 권리금’과 ‘시세 권리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빌려준 사람(임대인)도 별도의 웃돈을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대표는 “권리금 법제화가 영세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지만 신규 진입하는 개업 임차인에게는 ‘권리금+알파(α)’가 생겨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권리금 때문에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이 점포 임대를 좌지우지하는 부작용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문현(부동산학) 한양대 교수는 “현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세수 확대) 기조와도 맞물린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은 권리금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지만 법제화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권리금이 법제화되면 임차인들에게 일정부분 이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그동안 임차인끼리 음성적으로 권리금을 주고 받았는데 법제화되면 양도차익에 따른 세금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장병철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