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우리 국민들은 ‘교황 신드롬’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열광했다.

사회적 지위나 이해관계를 초월해 상대를 인정하는 ‘인정의 리더십’,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소통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낸 것이다.

‘교황의 100시간’을 지켜본 국민들은 동시에 갈등으로 신음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정부·국회 등 우리 사회의 지도적 기관과 그룹들이 이전과는 다른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갈등 공화국’이란 규정이 자연스러운 분열과 대립의 현실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문화일보가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갈등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입장차이와 이해관계 대립(4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소통 부족(38%)’이 그다음이었고, 법 제도 부족은 18%에 그쳤다. 전문가 대부분이 우리 사회에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원인으로 제도가 미비해서가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박근혜정부 들어 “갈등이 늘었다”고 대답한 비율이 56%였고, “갈등이 줄었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 및 정부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전문가의 70%는 “사회 갈등이 사회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측면이 많다”고 대답했다. 이는 갈등이 사회 발전을 위한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분열·대립의 상황을 가져온 경험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는 말에서 보듯 갈등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인데, 이를 제대로 해결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며 “갈등이 사회 발전 저해 요소로 작용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 전원은 ‘중립적인 제3자’가 갈등 중재에 나서야 하고, 이들이 당사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등의 활동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