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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사회가 민주화와 다원화를 거듭할수록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를 다루는 능력이 다소 서툰 게 사실이에요. 무엇보다 갈등 당사자 간에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고 봐요.”

이성보(사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2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갈등을 긍정적 에너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며 “결국 갈등이 앙금으로 남거나 또 다른 갈등을 부르는 악순환을 부르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갈등의 조기 해결이 중요하다”며 “갈등 조정의 절차적 기준이 될 수 있는 ‘프로세스’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익위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집단민원조정법은 이 위원장의 이 같은 인식과 의지가 반영된 법이다.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 예정인 이 법은 민간 조정 전문가가 권익위의 집단민원 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집단 민원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또 ‘100인 이상 집단 민원’을 중점 관리하고 부서별 조정전담자를 지정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초기에 찾아내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라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제도 못지않게 갈등을 마주하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 스스로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감정의 문제와 이성의 문제를 분리하지 못하는 게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당사자 간의 감정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장기적 안목이라는 이성적 자세”라며 “갈등 당사자들이 큰 틀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정안을 내놓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008년부터 6년을 끌어온 군산 새만금 송전탑 건립을 둘러싼 주민과 한전의 갈등에서 권익위 관계자들은 2013년 10월부터 현장에 13차례나 방문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양측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할 때쯤 권익위는 주민들에게 ‘미군부대에 영향을 주는 대안노선이 국가안보에 지장이 있는지 공정하게 확인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갈등의 당사자가 될 경우, 또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정부와 소통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불통정부’ 이미지가 쌓이게 되고, 결국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