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19일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여야 잠정 합의안을 반대한 것과 관련해 유족 상당수는 대체로 대책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대책위가 단식 농성을 계속하는 등 극한 대립 투쟁 일변도로 나가는 데 대해서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일부 유족들은 야당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후보 2명을 모두 추천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유족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루 빨리 절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안산 단원고 희생 학생 유족들은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특별법 잠정안과 관련해 대책위가 법안의 미비한 점을 들어 반대하는 데 동의하지만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대책위가 단식 등 극단적인 투쟁을 벌이는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20일 밝혔다.

실제로 세월호 침몰 참사로 딸 김모(17) 양을 잃어버린 김 양의 어머니(42)는 “수백 명의 무고한 학생들이 수몰, 희생된 데 대한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특별법에 유족들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돼야 하는데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야당이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추천하지 못하더라도 유족들이 여야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루 빨리) 절충안이 마련돼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식을 (당장)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한 상태에서 정치권과 협상하기를 바란다”며 분노에 찬 일부 유족들의 단식 농성 등 극단적인 투쟁을 벌이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단원고 희생 학생 이모(17) 군의 아버지(50)도 “정치인들이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세월호 진상조사에 대한 절실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검 후보가 중립적인 인사로서 유가족의 사전 동의 등이 철저하게 보장된다면 특별법 제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보행진과 농성 등을 통해 극한 대립 투쟁을 벌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팽목항에 남은 단원고 실종자 유족들은 대책위의 반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세월호 희생자의 아버지 A 씨는 도출된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는 대책위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당이 추천하는 특검 후보 2명에 대해 야당 및 유가족의 동의를 받거나 안 받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배상·보상 문제와 특례입학 등 문제는 희생자 가족들이 요구한 사안이 아니다”며 “정치권이 세월호특별법과 연계해 여러 법률을 처리하려는 것도 희생자 가족들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자신들의 본뜻이 왜곡돼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안산 = 오명근 기자 omk@, 진도 = 정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