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정치권이 합의와 폐기, 재합의와 표류를 거듭하며 ‘공멸(共滅)’의 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특별법의 제정 취지보다는 여야와 유가족 간 대치만 부각됐으며, 여야가 스스로 정한 ‘데드 라인’을 넘겨서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특별법에 가로막혀 각종 민생법안과 단원고 3학년생의 대학특례입학 관련 법안, 국정감사 분리 실시 관련 법안 등의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특별법 협상에서 여야가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당의 유불리만 생각하는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이라며 “막판까지 끌고가는 협상, 합의에 불복하는 모습 등은 반드시 개혁해야 할 구태”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7·30 재·보궐선거 등으로 세월호특별법 관련 논의는 계속 미뤄지다 이완구 새누리당·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7일 힘들게 1차 합의를 이뤄냈지만 나흘 만에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이 폐기됐다. 1주일여 냉각기를 갖던 두 원내대표는 광복절 연휴 기간에 극비리에 수 차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19일 최후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고 여기서 2차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유가족들의 반대를 등에 업은 새정치연합 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최종 추인은 유보됐다. 재·보선 뒤 경제활성화와 민생 관련 법안 처리가 기대됐던 7월 국회는 결국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하고 끝마쳤다. 결국 7월 임시국회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혐오만 더하고 ‘미완성의 상처뿐인’ 세월호특별법만 남기게 됐다.

이 같은 ‘세월호 정국’에 휩쓸려 여야가 약속했던 주요 법안 처리들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18일이 ‘마지노선’이라고 국회가 스스로 밝혔던 단원고 학생 특례입학법안도 속절없이 미뤄지게 됐다. 애초 오는 26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몇 달 전부터 예고해왔던 ‘분리 국감’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 와중에도 여야는 26일 국감 실시가 가능한지를 놓고 ‘입씨름’만 벌였다. 주호영 새누리당·우윤근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 간에 합의했던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 93개의 본회의 처리도 늦춰질 전망이다. 청와대가 국회에 요청했던 19개 경제활성화 법안은 아예 논의도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