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합의안 반대는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때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여야 간에 어렵게 일궈낸 세월호특별법 협상안들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 여당의 입김이 조금이라도 작용하는 특별검사를 믿을 수 없다’는 심리가 뿌리 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혹시 정부 여당의 입장에 가까운 인사들이 특별검사추천위원 다수를 구성하고 이들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할 경우 자신들이 원하는 진실 규명은 안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지금까지 정부가 검찰 수사와 감사원 특별감사 등을 통해 규명해낸 ‘진상’이 실은 ‘진실’이 아니라고 믿는 심리와 통한다. 이 유족들과 깊숙이 접촉하는 야당 강경파와 진보적 시민단체 인사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군 잠수함 충돌 좌초설’이나 ‘정부의 고의 침몰 명령설’, 혹은 ‘국가정보원 음모설’ 등을 더 믿는 심리와도 일부 상통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따라서 야당 강경파나 유가족이 특검을 추천하거나 특검추천위원 추천권을 가져야 성역 없는 진상 조사와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0일 YTN·CBS 라디오에 출연, “국정조사가 시작된 후 국회에서 봐온 모습에 대한 학습효과가 너무나 크다”며 “단순히 사람들의 선의지에 의존하는 제도는 현실적으로 진행이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여당 쪽에서 저희에게 얘기할 때, 피해자가 수사를 하거나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는데, 반대로 저희 쪽에서는 그러면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정부 여당에서 그렇게 검사를 추천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불신으로 인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면서, 차선으로 야당이나 유가족 측에 특검 추천과 관련해 사실상의 전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명선 세월호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여당 추천 인사를 유가족들이 거부할 경우 ‘진상 규명을 유가족들이 오히려 막고 있다’는 식의 여론몰이에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 역시 자신들이 정치권에서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을 계속 거부하고, 이로 인해 다른 법안 처리가 막히면서 대한민국이 유족에게 붙잡힌 상태가 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유 대변인은 다른 법안의 통과가 안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연히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하는 투트랙에 대해) 그 부분까지 저희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저희가 국회의원 위에 있는 사람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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