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그동안 정치투쟁만 우선하면서 국회 내의 법안 처리 등 본연의 역할은 수행하지 않는 비생산성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부터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도 나왔지만, 7·30 재·보궐선거에 참패한 것에서 확인되듯이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야당이 투쟁을 하고, 반대를 하는 것은 정치의 속성이지만, 정치투쟁 일변도로 흐르면서 민생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한 이후에도 야당은 과거의 타성을 버리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이 터져 나온 후 야당은 ‘반성’ 모드를 벗어나 이를 최우선에 놓고 다른 현안들도 모두 이에 연계시켰다.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당은 번번이 장외투쟁을 선택했고, 이는 정기국회를 사실상 식물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법률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김한길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 대표는 원내외투쟁을 병행한다고 밝혔지만, 강경파들에 떠밀리면서 무게중심은 결국 장외투쟁에 있었다. 올해 예산안 역시 국정원 개혁 및 특검 요구와 연계되면서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올해 초 새정치연합이 출범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창당대회에서 “새정치연합은 민생중심주의를 선언한다”고 밝혔지만,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방송법은 투쟁 일변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새누리당이 합의를 깨고 방송법 개정안 수정을 요구하자, 새정치연합은 다른 법안 처리까지 모두 막아버렸다.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말기유통법’이나 원자력 관련 법안들은 여야 이견이 없었음에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했다. 야당 내에서조차 비쟁점법안은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익명을 요청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몇몇 의원의 반대로 다른 법안의 발목까지 잡는 것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쳤겠느냐”며 “경제나 민생 문제에 있어서 우리당은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초연금법 처리 과정에서도 ‘민생중심주의’는 무색해졌다. 수급 대상자가 감소하고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국민연금 체계를 위험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다수의 수령 대상자가 법안 처리를 원하고 있었음에도 야당은 반대 의견을 꺾지 않았다. 안 대표가 중재안을 내려고 했지만 이 또한 강경파들의 반대에 막혀 접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지도체제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법이 되기 어렵다며 관행적으로 대여 투쟁을 명분으로 하는 것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며 네거티브전략으로 정부 여당을 반대만 해서는 입지를 구축할 수 없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정치는 국민이 현 시점에서 요구하는 것을 만족시켜야 하고, 정당의 존재가치도 마찬가지”라며 “야당이 투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대안 없는 투쟁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의 최고 관심사는 민생과 경제 활성화 문제이고 이에 대한 대안 없이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역시 “경제 살리기는 일차적으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국회 계류 법안이 얼마나 많으냐”며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