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텅빈’ 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회의가 열리던 국회 대표최고위원실 회의장이 1일 오전 텅 비어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한 것과 관련,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은 1일 “야당은 대의정치의 기본부터 갖추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야당이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로들은 야당이 야성을 갖추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을 존중하고 툭하면 장외로 나가는 버릇을 고쳐야 하며, 앞으로 의정을 대화와 타협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당의 강경 투쟁일변도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심으로부터도 멀어지게 된다는 고언도 잇따랐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목요상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직무대리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은 강경 일변도로 반대와 투쟁만 일삼으려 하지 말고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자기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도, 야당은 자기 입맛에 맞는 법안을 처리해주지 않으면 경제 살리기·민생 법안을 처리해 주지 않겠다고 심판만 외치니까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은 “야당은 한국 사회를 ‘그레이드 업’시킬 수 있는 기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발전과 무관한 정쟁 이슈만에 집착하다 보니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도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보선에서 정당으로서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며 “비판보다는 비난으로 국민을 자극하거나, 80년대식 길거리 투쟁만을 고집하다 보니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을 겨냥한 ‘심판론’을 제기하면서도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제1야당으로서 존재 기반을 되찾기 위해서는 ‘환골탈태’에 가까운 인적, 정신적 쇄신 작업이 단행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새정치연합은 어떤 대표가 나와도 흔들고 분열시키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야당이 살아남으려면 차기 당 지도부를 강력하게 만드는 동시에 당내 친노(친노무현) 그룹과 운동권 ‘486’, 중진 의원 이상이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이익과 권력, 정치적 입지에만 골몰하지 말고 당의 인적, 정신적 변화 등 근본적인 혁신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