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라늄 핵무기 제조를 위한 원심분리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세계적인 핵전문가의 분석(문화일보 7월 24일자 1·8면 참조)이 나온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도 28일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속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북핵 6자회담이 5년 7개월째 공전하면서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사이에 수 개의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추가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생산메커니즘을 완성시켜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핵무기 소형화를 위해 다양한 탄두중량을 싣고 정교하게 사거리 조정실험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북 제재의 구멍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28일 북한이 P-2 원심분리기 생산기술을 확보했다는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의 분석과 관련, “이는 북한이 선진화된 핵기술뿐 아니라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했다.

전 교수는 “원심분리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우라늄 농축 공장을 증설하고 독자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무기용 핵물질 생산을 가속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으로 북한의 핵능력이 한 단계 더 증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P-2 원심분리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면 북한이 디자인(설계도)을 가지고 이를 만들어냄으로써 핵능력이 기술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이와 동시에 원심분리기 생산에 필요한 물품 등을 들여왔을 가능성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한다”고 밝혔다. P-2 원심분리기는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에서 개발된 것으로 강철합금인 머레이징강으로 만들어진 2개의 회전자 튜브와 송풍기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머레이징강은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어려운 물질이다. 이 때문에 대북 제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를 통해 외부에서 들여왔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헤이노넨 전 사무차장의 발언은 지난 2010년 미국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방북해 영변 핵시설 내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인하고 “현대식 원심분리기를 직접 봤다”고 밝힌 뒤 논란이 이어져온 북한의 자체 생산 능력 여부에 대해 ‘보유’로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연구위원은 “헤이노넨 전 사무차장의 경우 핵사찰을 전문적으로 오래 해왔기 때문에 이번 발언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