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2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서울로 옮겨온 후 약 나흘간 유 전 회장이 숨진 시점과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미 시신이 심각하게 부패된 상태에서 국과수는 유 전 회장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첨단장비를 동원, 2차 부검을 진행했다.

국과수는 유 전 회장의 사인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갖가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평소 대비 5배 인력을 투입하고 밤샘 작업을 벌였다.

유 전 회장의 2차 정밀부검을 주도한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는 지난 23일부터 혈관 분포와 장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특수 촬영장비인 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MDCT)을 활용해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 여부에 대해 분석했다.

또 목졸림이나 흉기 사용 흔적에 대해서도 재차 확인했다. MDCT는 64∼128 개의 X선을 동시에 활용해 장기 상태를 정밀 검사하는 장비로, 이 장비를 활용하면 시신 훼손없이 초정밀 영상 부검이 가능하다.

국과수는 지난 2013년 5억 원을 들여 장비를 도입했다. 이 장비를 통해 촬영된 영상정보는 장례를 마친 후에도 영상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독일과 이집트의 연구팀은 MDCT를 활용해 기원전 1352년에 숨진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 미라의 사인을 밝힌 바 있다. 유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독살당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화학적 약독물 검사를 통해 시신에 약물이나 독극물이 남아있는지 정밀 분석했다.

또 국과수는 사인 규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의들로 구성된 외부 자문위원들도 부검에 참여시켰다.

한편 지난 23일 오후에는 유 전 회장의 여동생인 유경희(56) 씨 부부가 유 전 회장의 치과 주치의와 함께 국과수를 찾아 유 씨의 치아구조와 과거 치과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시신의 신원확인 작업을 벌였다.

24일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치과 주치의의 치료 관련 진술과 시신에 남아있는 치아의 상태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