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5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에 대한 갖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시신의 부패 정도가 워낙 심각해 유 전 회장의 사망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2차 정밀부검을 실시한 이한영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장과의 일문일답.

―1차 부검 시신과 2차 부검 시신이 다르다는 의혹이 있는데.

“1차 부검 시신과 2차 부검 시신은 치아상태와 두개골 적합 상태, 좌우 측두골 등을 확인해 본 결과 동일인으로 판명됐다. 또 넙다리뼈도 1차와 2차 부검 시신의 상태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회장 생전에 유치장 기록을 확인했을 때 손가락 일부가 손상된 것 역시 발견된 시신의 상태와 동일하다.”

―목졸림이나 흉기 등으로 인한 타살 가능성은 없나.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에 외력으로 인한 손상이나 질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목에 충격이 가해지면 갑상연골 등 중요 부분들이 파괴되기 마련인데 연골 골절 등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시신의 부패가 너무 많이 진행돼서 연조직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질식사 등 여부도 확인하기가 어렵다. 두부와 흉부 어디에도 골절은 관찰이 안 됐다. 다른 사망 가능성 여부도 내부 장기 등을 확인해야 되는데 이미 모든 장기가 부패돼서 이 부분도 확인하기가 어렵다.”

―사망시점은 언제인가.

“사망시점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부패 정도만을 두고 이것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부패는 장소나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추정하기 어렵다. 섭취한 음식물 등을 확인하는 간접적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확인이 힘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부패가 된다는 것이 가능한가.

“미국 테네시주 인류학연구센터의 실험을 보면 시신을 방치한지 열흘 만에 구더기로 인해 시신이 거의 백골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사례는 유 전 회장의 시신보다 훨씬 많이 부패가 진행됐다. 또 국내에서 진행한 동물 부패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동물 사체를 섭씨 25도∼32도의 환경에 방치했는데 5∼6일 만에 백골화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