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정권 초반의 강력한 집권여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야권에 대한 반사이익에만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임기를 시작한 15일부터 재·보선 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지도부가 ‘단일 대오’를 유지하며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선거 정국을 관통하는 흐름을 만들지 못한 채 ‘권은희 죽이기’ 등 야권의 실책에만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집권여당으로서 국가 혁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1일에도 재·보선이 치러지는 경기 평택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30일까지 재·보선이 치러지는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을 모두 둘러볼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모두 발언을 마치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위해 서둘러 회의장을 떠났다. 김 대표의 양 옆을 지켜야 할 핵심 인사들이 자리를 비우니 아무래도 무게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김 대표가 오후에는 충남 서산·태안 지원 유세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한 관계자는 “충청 출신인 서 최고위원이 있었으면 역할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지도부의 결속력 부재는 애초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새 당 지도부가 구성되는 7·14 전당대회 전 공천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신임 지도부가 선거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대 기간 주요 당 대표 후보 간 갈등이 채 해소되기도 전에 재·보선 체제로 접어들면서 신임 지도부의 전열 정비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투 톱’ 지도부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 간 역할 분담도 완전히 이뤄지지 못했다.

애초 새누리당이 재·보선을 앞두고 내걸었던 ‘지역일꾼론’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된 권은희 새정치연합 후보에 대한 공격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며 국가 혁신에 대한 비전 제시 없이 야권 때리기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새누리당 입장에선 뼈아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사실 재·보선을 관통하는 선거 전략이나 정책이 없는 것은 맞다”며 “재·보선이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일꾼론은 개별 지역마다 궁여지책으로 꺼내 든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장 경기 김포나 평택을, 수원병(팔달) 등 새정치연합에서 거물급 정치인을 내세운 곳에서는 지역일꾼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서울 동작을이나 경기 수원정(영통)에서는 새누리당 역시 별다른 지역 연고가 없는 나경원 전 의원,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후보로 세웠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정치 일정 가운데 집권여당으로서 변변히 내세울 만한 ‘국가 개혁 화두’를 만들지 못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현재까지는 박근혜정부가 내세웠던 국가 개혁 등은 사라지고 ‘권은희’만 남은 재·보선”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비판을 감안해서인지 권 후보의 남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열린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은희’ 이름 석 자를 꺼낸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