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당이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려움에 빠진 것에 대한 책임론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은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해 막상 ‘심판’의 역할을 못하고 있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전략공천 파문은 전략 없는 전략공천의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의 완강한 반대가 있다고는 하지만 최대 현안인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미뤄지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잇단 인사참사로 반짝 반등했던 당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야권에서는 “당이 침몰하는 것 같은 분위기”라는 한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슈 메이킹, 전략공천 등 선거전략이 지도부의 책임하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전략 실패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지도부에게 쏠린다.

재·보선을 채 열흘도 남기지 않은 21일 새정치연합의 내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5석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각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반등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권은희 광주 광산을 후보 남편의 부동산 재산 의혹까지 불거져 여론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야권연대도 그렇고, 여론도 안 올라가고, (분위기 반전을 위한) 이슈도 없다”고 답답해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발표된 ‘리얼미터’의 주간 여론조사(14∼1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를 보면 정당 지지도에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주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한 28.2%를 기록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2.8%포인트 상승해 43.1%를 기록했다.

분란의 소지가 되고 있는 ‘권은희 전략공천’은 야권 내에서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준비도 안 된 분을 잡아 뽑듯 공천함으로써 권은희 후보를 여권의 집중 공격 대상으로 만든 것부터가 잘못됐다”며 “이런 공천실패가 이번 재·보선에서 수도권 야권 참패로 연결되지 않겠냐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도 “여당에서는 권은희 후보 문제를 광주 선거용이 아니라 전국용으로 쓰고 있다. 덫을 쳐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야당 내에서는 권 후보 전략공천을 하게 되면 수도권 역풍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도부에서 이를 밀어붙인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야권연대에 대한 당내 목소리도 중구난방이다. 당 지도부에서는 “야권연대를 해도 지금으로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당 차원에서 논의된바는 없다”고 야권연대 논의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야권은 운명적으로 연합연대하지 않으면 거대한 여권에 승리할 수 없다 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개인적으로도 연합연대를 해야 된다”며 사실상 지도부와는 다르게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