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박근혜정부의 ‘인사참사’가 계속되자 새누리당 내에서도 ‘책임론’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막판까지 청와대의 정 전 후보자의 임명 강행 기류를 지원하고 나섰음에도 결국 또하나의 인사참사 사례로 끝나자 “더 이상 인사참사를 당이 막아주는 것도 지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자연스레 당 일각에서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 준비의 모습으로 비쳐져야 할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출범했지만 총리·장관 후보자 10명 중 4명이 사퇴했다”며 “인사 문제에 대해 왜 이런 문제가 비롯됐는지 한번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기류를 접했을 때는 깜짝 놀랐고 ‘당이 또 어떻게 이를 방어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고, 자진 사퇴 소식을 들었을 때는 좀더 빨리 처리하지 못한 청와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 재송부(16일 오후)부터 정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17일 오전) 직전까지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부터 적극 방어에 나섰음에도 결국 자진 사퇴로 귀결되자 허탈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연스레 오는 8월 5일로 취임 1년을 앞둔 김 실장의 거취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상당수 후보자들이 김 실장을 직접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고 일부 후보자들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김 실장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기 내각만 해도 안대희-문창극-김명수-정성근까지 이어지는 인사 참사를 지켜보면 청와대의 인사 검증 혹은 판단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김기춘 책임론에 대해 일단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미 충분히 김 실장에 대해서는 입장과 의견은 전달했다고 본다”며 “다시 김 실장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는 정 전 후보자의 낙마와 유진룡 장관에 대한 면직 통보로 당분간 공석이 된 문체부 장관 자리에 정치인을 기용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