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조성이 중소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관련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100년 이상 사업을 이어온 장수기업은 두산, 신한은행, 우리은행, 동화약품, 몽고식품, 광장 등 6개에 불과하다.

10년 이상 이어온 사업체는 90만 개로 이 중 60세 이상 최고경영자(CEO)는 12만7000여 명에 달한다. 중소기업 CEO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관련 제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이 2만2219개에 이른다. 일본의 장수기업은 장기고용제도 정착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력과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독일 역시 ‘히든 챔피언’(세계적 시장 지배력을 갖춘 숨은 강소기업)이 1300여 개로 이 중 3분의 2가 가업승계 가족기업이며, 3분의 1은 장수기업이다.

중소업계는 사전 증여가 가업승계 진행 과정이라며, 가업상속공제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사전 증여의 공제 범위를 현재 ‘법인·30억 원’에서 ‘법인과 개인기업·500억 원’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창업세대가 갑자기 사망하면 상속자는 지분 매입 문제에 시달릴 수 있고, 책임경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업승계를 위한 사전 증여세 과세 특례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은 CEO 의존도가 높아 갑작스러운 사망에 따른 사후 승계보다 계획적인 사전 승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업승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과 증여를 특별히 구분 짓지 않고 같이 지원해주고 있으며, 일본도 발행 주식의 3분의 2까지 100%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강상훈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장은 “과도한 상속세율은 가업승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제도만 개선해도 가업을 이어나가려는 후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1세대 경영인이 사망하기 전에 후대가 가업을 승계할 경우 사후 승계와 같이 과세 특례를 적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