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제품 또는 업종당 1명의 품질책임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품질책임자 의무 고용제’에 따른 중소 의료기기 업체들의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제조와 수입을 겸하는 회사에선 최소 2명의 품질책임자가 고용돼야 하는데, 중소기업에선 취급하는 품목과 업종이 늘어날수록 불필요한 인력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에요.”(A 의료기기 업체 대표)

“건설폐토석을 적합하게 처리해 생산된 순환토사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허가된 건설공사와 매립시설의 토양 복원에 사용될 수 있고 농지개량용으로도 활용가능 합니다. 그런데 농지법 시행규칙 및 산지관리법에선 농지와 산지를 복구하는 작업에 순환토사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건설 폐기물 업체들이 사업장 안에 순환토사를 기약없이 쌓아두고만 있습니다.” (B건설 폐기물 처리업체 대표)

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이 최근 주춤한 가운데 “규제개혁은 중소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중소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규제로 인해 사업확장에 제약을 받는가 하면, 동일한 품목에 대한 서로 다른 규제가 충돌하면서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S 씨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품질책임자 의무 고용제는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 품질관리를 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고용을 늘리고 자신들이 책임질 부분을 기업에 떠넘기기 위한 규제로 보인다”며 “기존의 인력과 시설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데도 규제를 만들어 중소기업에 부담만 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P 대표는 “규제끼리 충돌하는 이런 상황에선 어쩔 방도가 없어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는 순환토사를 보고만 있다”며 “규제개혁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기업들이 처분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소기업연구원도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바람직한 규제개혁’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필연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개혁은 기업의 투자 활성화, 고용 창출, 생산성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결국 국가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규제개혁은 반드시 달성돼야 할 과제”라며 “특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에게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기업경영 자체가 어려워져 경영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 규모에 따른 규제 차등화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