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법관(향판)제의 폐단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폐지가 바람직하고, 법관 인사에서도 거주 편의를 고려한 예외를 적용해선 안 됩니다.”

하창우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판들이 지역 토착 세력, 힘 있는 세력과 오랫동안 친분 관계를 형성하면서 불공정한 재판을 했다는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황에서 더 이상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 전 회장은 “법관들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 등 현실적 필요에 의해 2004년 이 제도가 도입됐지만 로클럭(재판연구원) 등 법관 임용 시스템도 크게 변해 지방이라도 근무할 법관 지원자들이 넘치는 상황이 된 만큼 제도 도입 필요성이 상당 부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신뢰가 훼손된 상황에서 거주불편 등 법관의 개인적인 편의를 내세우기보다 ‘공정한 판결’이라는 기본 원칙을 우선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 전 회장은 대법원이 지역법관제를 폐지하는 방침을 세운 데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더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근무기간 상한제 역시 우회적이고, 임시방편적인 것으로 보이고,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며 “법관은 예외 없이 경향(京鄕) 교류 원칙에 따라 2년, 길어야 3년마다 인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인사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 전 회장은 향판과 함께 향변(향판 출신 변호사) 문제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그는 “향판이 변호사로 개업하면 향판 출신 변호사가 되는데 이들과 향판들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전관예우 역시 심각해진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