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고질적 비리 원인의 하나로 꼽혀온 지역법관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대법원은 현행 지역법관제에 최소 10년으로 규정돼 있는 특정 지역 근무기간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은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판결 논란 이후 지난 4월부터 판사 10여 명으로 ‘지역법관제도 개선 연구반’을 편성해 운영했다. 연구반은 최근 재판 신뢰 회복을 위해 현행 지역법관제도를 폐지 또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개선 방안을 대법원에 건의했다.

연구반은 ▲전국 순환근무 원칙하에 특정 권역 지속 근무기간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 ▲특정 권역 장기근무를 허용하되 근무기간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 ▲지역법관제를 유지하되 근속기간을 7∼8년으로 줄이고 기간 종료 후 재신청을 받는 방안 등 세 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어떤 방안이 도입되든 지난 2004년 도입된 현행 지역법관제는 사실상 폐지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10년 이상 특정 권역에 장기근무할 수 있는 지역법관제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데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연구반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2월 정기인사부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특정 법관이 대전·대구·부산·광주 등 특정 고법 산하 권역에서 최대 6∼8년 정도만 연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구체적인 인사안을 짜서 인력 수급 상황을 봐야 특정 권역 근무기간 상한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특정 권역 근무기간 상한제가 도입되면 허 전 회장 판결 논란으로 사퇴한 장병우(60) 전 광주지법원장처럼 20년 이상을 특정 지역에서만 근무한 법관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전출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