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지명자들의 잇단 사퇴로 인한 ‘낙마 트라우마’에 박근혜 대통령의 내각 인선 기준도 흔들릴 조짐이다.

개혁성과 전문성, 정책 추진력, 통합능력 등 그 어떤 것보다도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즉 ‘청문회에서 살아남는 인사 찾기’가 제1의 인사 기준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사전 검증 실패와 먼지떨이식 검증이 겹치면서 ‘왜그 더 도그(Wag the dog·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창극 전 총리 지명자 사퇴에 따른 후속 인사와 관련, “여론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과제가 있고, 시간이 없으니 가능한 한 빨리 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두 가지 과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계기로 박 대통령이 ‘국가 대개조’를 천명한 만큼, 이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찾되 인사 검증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들이 전하는 분위기는 이보다 한층 더 절박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새 총리 인선 기준에 대해 “벌써 두 명이나 낙마했으니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죽하면 여당에서까지 ‘야당에 총리 추천권을 주자’는 얘기가 나오겠느냐”며 “더 이상 인사 논란으로 시간을 끌 수 없기 때문에 검증에 강한 인사가 최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도 차기 총리 인선 기준에 대해 “무조건 하나”라며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이 같은 기류는 인사 논란을 서둘러 매듭짓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인 2014년을 허송세월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근거한다. 지난 4월 27일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한 지 이날로 60일째가 됐고 이런 식이라면 100일 허송세월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로 발표할 총리 후보까지 부적절 논란에 휩싸일 경우 그 화가 7·30 재·보궐선거는 물론 후반기 국정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남석·현일훈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