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자성하라”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사퇴와 관련, 언론과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실제 역할은 대독총리이면서 자격은 추기경급을 찾고 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가 여론과 정치권의 사전검증 등에 내몰려 사퇴하는 등 박근혜정부 출범 1년 4개월 만에 총리 지명자가 무려 3명씩이나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총리 지명자에 대한 검증과정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문 전 지명자 낙마 사태에서 보듯 총리가 갖춰야 할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해지고 있다”면서 “현재의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흠집내기가 이어지면 대한민국에서는 새 총리를 뽑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대한민국 헌법하에서 책임총리제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역할 분담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총리의 한계를 지적한 뒤 “현재 방식으로는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노재봉 전 총리는 “여론은 다만 참고사항일 뿐인데 이렇게 법 절차를 무시하고 청문회를 하지 않는 것은 헌정파괴”라면서 “야당 등 정치권 주장대로라면 ‘무균질’의 인물을 뽑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청문회도 하기 전에 흠집내기식 여론 재판으로는 그 어떤 훌륭한 분도 총리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석(정치외교학) 동국대 교수는 “과거를 살아온 인물 중 존경받는 성직자 같이 티끌 하나 없는 백옥 같은 분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무차별적 신상털기와 몰아붙이기, 망신주기 등 관행을 벗어나기 위한 검증 개선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공개적인 국회청문회에서는 정책 능력과 국정 수행 능력을 집중 검증하게 하고, 개인 신상이나 도덕성과 관련한 부분은 비공개로 시간을 두고 검증하게 하는 방법을 도입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소위 사회 명망가들은 점점 촘촘해지고 있는 검증 그물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입을 상처를 우려해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며 “어차피 대단한 역할을 기대하지 못하는 총리라면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선정하는 것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여야 합의가 있다면 심각한 도덕적인 흠결이 있지 않는 이상 통과도 무난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수첩인사’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스타일을 의식하게 돼 있다”면서 “대통령이 먼저 인사의 스타일을 바꾸고 폭넓게 인재를 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영·방승배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