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강원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동료 병사 5명을 숨지게 하고 탈영했다가 23일 오전 투항이 임박한 임모(22) 병장은 오는 9월 제대를 3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다. 그동안 군부대 총기사고가 선임 병사들의 구타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일병이나 이병 등 신입 병사들에 의해 발생한 것에 비춰 볼 때 이번 사건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임 병장이 무차별적 사격을 가한 것이 아니라 동료 병사들을 조준 사격했다는 점에서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군부대에서 누적된 갈등과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2년 12월 입대한 임 병장은 지난해 4월 현재 소속 부대에 배치됐다. 임 병장은 경기 수원시가 고향으로 고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해 1학년 재학 중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으로는 60대 부모와 형이 있다. 임 병장은 현재 부대로 전입온 뒤 ‘A급 관심병사’로 철저하게 관리를 받아왔다. A급 병사는 자살 계획을 세웠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등 병영에서 사고유발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는 여유가 없는 집안 환경 속에서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임 병장은 A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B등급 판정을 받았다. 부분대장으로서 분대를 이끌면서 성격도 한결 밝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병장은 B등급 판정을 받은 뒤 GOP 경계 근무에 투입됐다. 올해 3월 부대 내에서 자체 실시한 인성검사에서도 B등급을 받았고, 4월 말에는 정기휴가까지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부대원들에 따르면 최근 임 병장이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여왔다고 한다. 일부 부대원은 가족들에게 “우리 고참 중에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말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임 병장이 제대를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부대 내에서 ‘왕따’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