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사정·감독기관 출신 ‘관피아’(관료+마피아) 비리도 주요 수사 대상으로 보고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국에 걸친 관피아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 기관과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22일부터 전국 18개 검찰청에 민관유착 비리 척결을 위한 특별수사본부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유상범 3차장이 본부장을 맡고 특수1부와 4부, 금융조세조사1부가 관피아 비리를 전담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 송치 사건 등에서도 관피아와 연관된 비리 혐의가 포착될 경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른 지방 검찰청도 특수 전담 부서를 중심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검찰 관계자는 “관피아 비리는 전국적으로 산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국의 모든 검찰청이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21일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찰청에서 22명의 고·지검장이 모인 가운데 관피아 비리 척결 방안에 대해 5시간여 동안 논의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민관유착 근절을 위한 수사에 검찰이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해 유착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그동안 각종 수사에서 도움을 받아오던 사정·감독기관들도 이번 수사에서는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관 출신 인사들도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을 염두에 둔 조치다.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은 대기업 수사 등에서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며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들 기관 출신 중에서도 적지 않은 인사들이 민간기업 또는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등에 취업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관피아 수사는 국민 안전 및 퇴직 공무원들의 각종 이권 개입과 관련된 사항이 가장 먼저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