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을 필두로 시작된 한류 바람은 케이팝(K-POP) 열풍으로 이어졌다가 최근에는 ‘탈한류’를 중심 키워드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탈한류는 완성된 ‘스타’가 다른 나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현지 문화에 맞는 ‘스타 만들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21일 방송·문화·연예계 등에 따르면, 10여 년 전 드라마를 중심으로 촉발된 한류는 지난 2010년 아이돌 그룹들이 선보이는 케이팝으로 그 중심축을 옮겼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카라, 씨엔블루 등이 일본과 홍콩에서 음악차트 상위권을 휩쓸던 시기였다. 한류의 중심 소비층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 열광하던 40∼50대에서 케이팝에 열광하는 10∼30대로 이전됨으로써 향후 한류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만큼은 예외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중국 시장에선 고전했다. 인구가 13억 명에 달하는 중국은 한류의 메이저 시장으로서 손색이 없지만 유독 케이팝 분야에서는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낸 아이돌 그룹을 꼽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중국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현지화 전략이었다. 곡도 외국 작곡가가 쓰고, 멤버에도 외국인을 다수 포함시킨 것이다. 음반 제작 방식도 외국에서 이뤄지는 형식을 지향해 ‘한류 이상의 한류’, 즉 ‘탈한류’를 모색했다. 예컨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12인조 아이돌 그룹 엑소(EXO)는 이수만 회장의 ‘쌍방향 문화교류론’에 따라 데뷔 때부터 엑소-K와 엑소-M으로 6명씩 나눠 활동했다. 한국어와 중국어 앨범을 각각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발표한 것이다. 단순히 스타를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현지화 전략은 적중했다. 6명의 멤버 중 중국인 멤버 4명이 포함된 엑소-M은 지난 10일 생방송된 중국 CCTV ‘글로벌 중문음악 방상방’에서 중국어로 부른 신곡 ‘중독’으로 1위를 차지해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 한류’ 바람도 주목된다. 지난 2월 중국에서 분 ‘별에서 온 그대’의 선풍적인 인기는 단순히 시청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이 극 중에서 먹었다는 치킨과 맥주가 불티나게 팔렸고, 출연자들의 머리 모양과 의류, 장신구, 가방, 취미까지 화제가 되면서 관련 제품들도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또 드라마 배경이 된 장소는 순식간에 중국에서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