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체계적인 협업을 통해 기획사가 스타를 만들어내는 할리우드식 스타 시스템은 한류에서도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 기획사의 관리 아래 좁은 문을 뚫은 연습생들이 5년 이상의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쳐 연예계에서 성공하는 스토리를 두고, 이른바 ‘아이돌 고시’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획사 캐스팅의 벽을 넘어야 한다. 과거에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스타가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스타 양성 시스템이 체계를 갖추면서 요즘엔 오디션을 거치지 않으면 데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디션의 규모도 커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형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오디션을 진행, 미래의 글로벌 스타를 찾기도 한다.

오디션은 기획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서류 심사’와 면접으로 진행되며 면접은 캐스팅 디렉터나 인재 발굴팀이 담당한다.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이 되면 보컬 레슨과 안무 연습, 악기 레슨, 체력 단련, 연기 연습 등 하루 8시간 이상 정해진 프로그램과 각종 트레이닝을 소화하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한다.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와 일어, 중국어까지 외국어 공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연습생이 데뷔하기까지 보통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도 ‘시기’를 잘 만났을 때 얘기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경우 기획사는 특정 캐릭터를 기획하고, 이 색깔에 맞는 연습생들을 멤버로 정해 집중 조련한다. 적절한 조합에 포함되지 못한 연습생은 데뷔 순위에서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하기까지 거쳐야 할 경쟁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대개 오디션이 한 번 열리면 1000명 이상이 지원해 최종적으로 1명이 선발된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연습생 100여 명이 또다시 경쟁해 그룹으로 데뷔하고 운이 맞지 않아 멤버를 만나지 못한 연습생은 또 ‘홀드 인생(대기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