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불과 5거래일 만에 20원 가까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외환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7.8원이나 급락한 7일에도 기재부는 ‘실탄(자금) 개입’은 물론 시장이 열리고 있는 동안 변변한 ‘구두 개입’조차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8일 오전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 2003∼2004년 최중경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이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이 현재 외환 당국이 환율 변동에 매우 조심스럽게 대처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괜히 나섰다가 불이익당하지 말고 웬만하면 가만히 있자는 공무원의 ‘보신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기준으로 봐도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개입’은 허용되지 않지만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발생해 환율이 급변동할 때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는 것은 정당화되고 있으며, 실제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더욱이 구두 개입의 경우 실탄이 전혀 필요없는데도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서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당국이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고 시장이 광범위하게 믿을 경우 앞으로 조그만 모멘텀(계기)만 있어도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1000원 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정도의 문제이지 외환시장에서 ‘군집 행위(herding behavior)’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국의 환율 하락 용인 분위기가 “일단 미 달러화를 팔고 보자”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