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자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와 부자 고객이 많은 서울 강남 일대 지점이 덩달아 부산해졌다. PB 고객들의 환율 전망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며 1020원대로 하락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의 PB센터에는 고객들의 달러 매수 문의가 평소보다 30∼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초 달러의 점진적 강세를 예상하고 달러를 꾸준히 매입했던 자산가들은 환율이 급락하자 ‘원화 약세 시대가 끝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등 달러 실수요자들은 “지금이 달러 매수 기회 아니냐”며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성만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연초에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100원대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과 103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상반된 예측이 나왔기 때문에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면서 “현재 1020원대까지 환율이 떨어졌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하락일 수 있고, 미국의 경기 전망 등에 따라 환율 방향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급락 국면일 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달러를 ‘분할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해외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환율 하락 시기에 달러를 매수, 해외 송금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 부센터장은 “환율이 조정 받을 때는 ‘분할 매수 전략’이 장기적으로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달러 실수요자들은 자신이 느끼기에 평소보다 ‘좀 싸졌다’는 생각이 들 때 분할해 유학자금 송금이나 외화 예·적금 통장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좋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