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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방송돼 큰 인기를 얻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마지막회는 전국시청률 11.9%(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제외한 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방송되는 대부분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1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응답하라 1994’의 위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응답하라 1994’의 산파 역할을 한 신원호(사진) PD는 KBS 예능국 출신이다. 그에게 “KBS에서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일단 일이 커졌을 것”이라고 운을 뗀 신 PD는 “예능국에서 드라마국으로 발령나기 위해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 전직 후에는 조감독부터 시작해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드라마를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며 웃었다.

KBS 재직 당시 ‘남자의 자격-합창단 편’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신 PD가 tvN을 보유하고 있는 CJ E&M으로 이직한 건 2011년 중순. 이후 불과 1년 만에 생애 첫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선보였다. 그가 KBS에서 안주했다면 서태지와 농구대잔치, HOT와 핑클을 관통하는 아이돌의 태동기를 다룬 ‘응답하라’ 시리즈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응답하라’시리즈의 성공 비결을 묻자 신 PD는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다르게 만들어서”라고 말했다. 기존 드라마 제작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 속에서 최적의 선택을 한 결과물이다. 신 PD는 “촬영 전 받는 드라마 작가의 대본은 완성형인 반면 ‘응답하라’의 대본은 개방형이었다. 대본 집필 단계부터 전체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예능의 방식이다. 촬영 현장에서도 촬영, 조명 감독과 배우, 막내 스태프의 또 다른 해석에 귀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신원호 PD는 “일하는 방식은 KBS와 tvN이 다르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예능PD와 작가가 ‘드라마 한 번 해볼까’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