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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이 ‘선박 안전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돈벌이’에 치중한 비주력 업무영역을 확장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경영악화를 우려해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조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한국선급의 경영이 악화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비선급’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키로 정책 추진 계획을 세웠다. 해수부의 ‘2014 해사안전 정책설명회’ 자료를 보면 한국선급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한국선급에 대해 비선급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선급은 에너지·환경사업 기술 검사나 육·해상 시설과 설비 등에 대한 설계평가 등 비선급 업무의 다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각화 사업분야에는 해군과 해양경찰의 함정 업무(함정·경비정 도면 승인, 규칙개발 등)도 들어있어 본연의 업무와는 별 상관없는 사업에 손을 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가 한국선급의 비선급 업무 확대를 승인한 것은 지난해 한국선급이 창사 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해운조합도 운항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보험 영업’과 같은 비주력 업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조합은 2100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선체와 여객, 선원 등에 대한 공제사업을 하고 있다.

해운조합의 ‘보험 영업’은 지난 2000년 이후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2000년 해운조합의 공제사업 수입은 140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638억 원으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821억 원을 기록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공제수입 821억 원 중에서 보상비가 590억 원 수준으로, 200억 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선박과 선원들에 대한 보험업무도 중요한 일이지만 해운조합 본연의 업무인 운항관리는 소홀히 한 채, 수익만 생각해 보험영업에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해운조합 전체 직원 320여 명 가운데 240여 명이 공제사업에 배치돼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보험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가 지난 1961년 해운조합법을 개정해 공제사업을 허용, 해운조합이 ‘보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조합은 이제 웬만한 보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정부가 이들 기관의 방만경영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조장한 것이 세월호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