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칼린 감독이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19금 여성 전용 공연 ‘미스터 쇼’에서 8명의 배우들이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미스터쇼프로덕션 제공

“꺄아악!” “어떻게 해!” “어머어머!” “우와!”

여성 수백 명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나온다. 말 그대로 ‘우레와 같은’ 함성이다. 단언컨대, 인기 최절정의 아이돌 그룹이 등장해도 이보다 더 큰 환호는 못 받을 것이다. 이유인즉, 눈앞에서 남자들이 옷을 벗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신장 180㎝, 적당히 그을린 피부, 탄탄한 근육까지 골고루 갖춘 ‘꽃미남’. 그것도 8명이 무더기로 말이다. 무대까지 3m 정도 떨어져 있을까. 후끈 달아오른 열기는 체감 거리를 좁힌다. 손을 뻗으면 ‘초콜릿 복근’에 닿을 정도다.

박칼린 뮤지컬 감독의 ‘미스터 쇼’가 27일 그 베일을 벗었다. “여성들이여 욕망을 깨워라. 내숭은 집어던져라”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내세운 이 공연은 ‘성인 여성’만을 위한 ‘19금’ 버라이어티 쇼. 개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모았다. 애초 “남성은 표를 사도 못 들어온다”고까지 공표한 만큼, 자리를 안내하는 직원 외엔 정말 남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롯데카드아트센터 아트홀(400여 석)을 가득 채운 여성 관객들은 70분 내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냥 남자 스트립쇼 정도 아니겠느냐”던 의심의 눈초리는 쑥 들어갔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고도 ‘섹시’한 배우들은 관능적인 몸짓으로 여성 관객을 유혹한다. 긴 코트 깃을 날리는 ‘가을 남자’가 되었다가, 교복을 입고 영화 ‘친구’ 속 고등학생으로도 변신한다. 박력 넘치는 군인이 되어 ‘칼 같은’ 군무를 추다가, 바텐더가 되어 와인잔을 건네준다. ‘끈적끈적’이 아니라 담백하게.

8명의 배우들은 한 명 한 명 눈에 들어올 만큼 각기 다른 매력을 가졌다.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연하남, 지적인 스타일, ‘나만 믿어!’라고 할 것 같은 마초남, 우수에 젖은 듯한 감성남 등 다양한 여성들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했다. 세상 여성들의 이상형은 모두 모아놓은 셈. 오프닝도 강렬하다. 배우들은 날렵하게 떨어지는 슈트 차림으로 등장, 샤워실에서 마지막 남은 ‘그 한 장의’ 속옷까지 벗어던진다. 긴박한 첫 장면에 관객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는 순간, ‘괴성’에 가까운 환호성이 터진다.

공연장을 울리는 감탄사가 인터넷 기사의 자극적인 문구(헉, 충격, 이럴수가)가 아니라는 건 ‘아쉽지만’ 다행이다. 여성이 아닌 남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무대 위에 올린, 국내 최초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한국 공연사에도 상당한 의미를 안겨줄 이 공연은 노출과 퍼포먼스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했고, 입담 좋은 사회자(김호영, 정철호)가 밝고 경쾌하게 객석 분위기를 이끈다.

전반부가 노출로 승부했다면, 후반부는 관객과 함께하는 퍼포먼스다. 무대 위로 올라온 여성 관객은 의자에 앉아 이 멋진 남성들의 ‘구애’를 즐기면 된다. 덤덤한 척하거나,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때론 배우보다 과감한 몸짓을 보여주는 등 관객의 반응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20∼30대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삼삼오오 공연을 관람하는 40∼50대도 눈에 띈다. 공연장 밖을 나와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던 한 50대 관객은 “오래 살고 보니 별 쇼를 다 봤다. 너무 신나게 웃었다. 섹시하기도 하지만, 재미있어서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6월 28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