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회는 없다’ 13일 오전 국회 상임위원회가 몰려 있는 본관 복도가 한산하다. 산적한 민생법안이나 국제조약 비준을 위한 법안 처리 등을 뒤로 미뤄놓고 이날 현재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외유 중인 상황을 말해주는 듯하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국회의원 3명 중 한 명은 한국에 없다. 3월 해외에 체류 중이거나 출국할 의원이 100명선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원 외유’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중에는 정상적인 의원 외교활동을 포함하고 있지만, 의원들이 유난히 3월에 집중적으로 해외 방문에 나서는 것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3월에는 기초연금법 처리 등 필수적인 민생법안뿐 아니라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둔 관련법 통과도 필요했으나, 의원들은 결국 이를 외면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요청했던 법안이 뒷전으로 밀려남으로써 국회가 한국의 글로벌 핵안보 리더십 발휘마저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국 주도로 핵테러억제협약(ICSANT)과 핵물질방호협약(CPPNM)의 국제적 비준 노력이 결의됐으나, 정작 한국에서는 관련법인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이 2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핵물질방호협약 발효를 위해선 99개국의 비준이 필요하고, 한국에서는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비준 절차가 완료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여전히 비준되지 않은 국가로 분류돼 있고, 국제협약의 발효도 늦춰지고 있다. 한국이 국제 정상회의를 주도하고도 후속 절차에서 주도권을 놓칠 위기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외교활동을 내세워 해외를 방문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글로벌 활동을 지원하지 않는 모순적 행동을 보이며 ‘국제망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생법안 처리 역시 마찬가지다. 기초연금법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이 앞장서 도입 공약을 해놓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7월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지만, 국회는 ‘데드라인’을 무시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한때 시급한 법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3월 국회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시급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해외 출장약속은 잘 지키면서 국제협약이나 민생법안 처리 약속은 준수대상에 넣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