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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적 약속이었던 관련 협약의 비준 및 이를 위한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 작업이 2년간이나 국회에서 미뤄진 가운데 이들 현안을 뒤로하고 국회의원들이 해외 방문과 외유를 일삼고 있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당수가 의원 외교 등 대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체 국회의원 중 3분의 1에 달하는 의원들이 3월에 집중적으로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국민들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더구나 일부 의원은 방문국이 겹치거나 일정 곳곳에 외유성 관광 일정을 마구잡이로 끼워넣고 있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은 2년 전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면서 글로벌 핵안보 리더십 국가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회의에서 비준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결의했던 핵테러억제협약과 핵물질방호협약 등 2개 국제협약에 한국은 여전히 미비준국으로 남아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인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핵 범죄자를 처벌하는 조항과 핵 범죄행위를 직접적인 핵물질 탈취뿐 아니라 원자력 시설 손상으로 핵물질을 유출시키는 행위까지 확대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전 관련 법안이 처리되기를 원했으나 실현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관련 정상회의를 주최했던 나라로서 미국·네덜란드와 함께 핵안보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으나, 국회의 지원 미비로 국제사회에서 낯 뜨거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문화일보는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동부인으로 미국 출장에 나선 점, 각각 중국·동남아 및 호주로 해외 출장을 떠난 여야 예결위원들이 과도한 관광 일정을 포함시킨 점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추가적으로 지난 12일 기준으로 국회를 통해 전달받은 국회의원 해외 방문 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외 출장 중이거나 3월 중 해외로 나갈 의원들의 숫자는 80명을 넘었다. 국회 관계자는 “신고하지 않은 숫자를 감안하면 3월 중 국회를 비운 의원은 100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홍준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2주간 아프리카 케냐, 탄자니아, 튀니지, 모로코를 방문 중이다. 코이카 현장 방문과 방문국 의원들과의 교류, 현지 진출 기업인들을 격려하는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타 세부 일정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신학용·이춘석 의원과 새누리당의 한기호·권성동 의원도 11일부터 19일까지 케냐, 나이지리아를 돌아볼 예정이다. 의원 친선협회 차원의 행사라고 한다. 아프리카 케냐엔 또 다른 여야 의원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현재 외통위에서는 안 위원장팀을 포함, 3개팀으로 구성된 의원들이 해외 출장 중이다. 심재권·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등이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을 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핀란드·리투아니아 의원친선협회 차원에서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 등도 핀란드를 찾는다.

미국도 중복 출장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곳이다. 현재 한·미경제연구소(KEI) 초청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주년 행사를 위해 방미한 의원들과 국회 한·미의원외교협의회 대표단 소속 의원들을 합쳐 10여 명이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을 방문 중이라고 한다. 국회에 따르면 오는 17일부터 유승민 국방위원장 등 국방위원들은 미국 하와이와 일본을 방문키로 했다.

이밖에도 최규성·김춘진·김승남 민주당 의원과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미얀마로 출국했으며, 같은 날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과 김광진 민주당 의원도 18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방문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박병석 국회부의장도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안규백·이상직·박민수 민주당 의원, 정진후 정의당 의원 등과 함께 페루, 도미니카공화국을 방문 중이다.

진영·김도읍 새누리당 의원과 남인순·전순옥 민주당 의원도 오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하는 제130차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한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