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간에 냉랭한 기류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국장급 인사를 보내 대화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한편으로 독도에 대한 추가 도발을 예고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이후 처음으로 18일 양국 외교부 국장급이 만남을 가졌지만 예상대로 성과는 없었다.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첫 ‘성의표시’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져 온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호칭)의 날’ 행사에도 도발을 이어갈 게 확실시돼 가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본의 ‘실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8월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 지정 추진을 통해 맞대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는 22일 시마네(島根)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일본 중앙정부가 차관급 정무관을 보낼지 여부에 대해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며 “정무관 참석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일본 중앙정부가 정무관을 보낸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사안이 한·일 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에 경고했다.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도 18일 방한한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에게 이 행사에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국장은 또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과거사 왜곡 도발이 양국 관계 개선의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본의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하라 국장은 고위급 대화채널 복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일본 영토상도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케시마의 날’ 행사와 관련, “(정부 대표 파견은) 일본 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타국 정부가 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접근이 있을 경우 ‘다케시마의 날’이 양국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번에도 기회가 무산되는 양상인 것이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세계 위안부의 날’ 지정 추진을 본격화할 경우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더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