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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과 교민사회의 ‘동해 병기’ 움직임과는 별개로 미국 내에서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한 표기를 ‘독도/다케시마’로 병기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것이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하기 위한 일본 측의 ‘독도/다케시마 병기’ 운동의 결과인지 혹은 단순실수인지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진상을 파악하는 한편 잘못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이를 확실히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19일 외교부와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출간된 현안보고서에 최소한 3차례에 걸쳐 한국령인 독도 이름을 ‘독도/다케시마’로 병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RS는 미국의 입법과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미 의회소속 기관이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4월 26일 ‘한·미관계 보고서’, 9월 13일과 올 1월 15일 ‘북·미관계, 북핵외교, 북한 내부상황’ 보고서다. 또 지난해 8월 2일 발간된 ‘미·일관계 보고서’는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다케시마/독도)’로 표기(아래 사진)하며 오히려 일본 측 주장을 앞세웠다.

CRS 측이 정확히 어떤 경위로 표기를 변경했는지는 구체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일본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끌고 가기 위해 그에 걸맞은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일본의 공작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지명위원회(BGN) 사이트에서 공식명칭과는 별개로 독도와 다케시마를 예시는 하고 있지만, ‘행정권이 한국에 있다(administered by south korea)’는 표현으로 한국의 지배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과도 배치된다.

정부는 일본의 공작 가능성이나 CRS 측의 고의적 표기 가능성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에서는 BGN에서 정하는 이름을 쓰게 돼 있고 미국의 공식 독도 명칭은 리앙쿠르 암초”라면서 “CRS가 그렇게 표현한 것은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잘못된 것이며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도 “다만 CRS가 무슨 의도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어떤 지도를 쓰느냐에 따라 다른 표기를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 일각에서는 미 의회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동해 병기’ 운동이 탄력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좀 더 치밀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동해 병기 문제와 독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특히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한·일 간에 영토문제는 없다’는 기본 전제 아래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자칫 일본 측의 ‘장난’에 말려들 경우 독도를 국제사회의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독도가 명백한 한국영토이기 때문에 분쟁지역임을 암시하는 ‘실효적 지배’ 등 그 어떤 오해를 살 만한 표현도 자제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외교 당국자는 이와 관련, “독도문제도 영토문제가 아닌 ‘역사적 차원’의 문제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동해 병기’에 대응해 ‘다케시마 병기’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독도는 명백히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 측의 다케시마 병기 주장은 동해병기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