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이 지난해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기습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고 비판한 미국을 정면 겨냥해 “오히려 우리 쪽이 더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19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에토 세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은 16일 동영상사이트 유튜브 공식 계정에 ‘약속을 지킨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하고 “미국이 ‘디스어포인트(disappoint)라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 쪽이 더 ‘디스어포인트’”라면서 “동맹관계인 일본을 왜 이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에토 보좌관은 이어 “미국이 중국에 제대로 할 말을 못하게 되어가고 있다”며 “그 ‘디스어포인트’라는 것은 일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명백히 중국을 향한 것으로, ‘우리는 실은 실망하고 있다’고 중국에 변명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에토 보좌관은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20일 미국에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을 만났고, 12월 초순에는 주일 미국 대사관 측에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측의 반응은 대체로 ‘총리가 순수한 마음으로 참배하는 것에 대해선 이해한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이 여러 가지 말을 하면 힘들어진다. 그러니까 신중하게 해달라’는 거였다”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단순히 ‘서프라이즈’가 아니고, 제대로 의견을 나눈 것이며 리스크를 최소화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에토 보좌관은 약 13분의 동영상 가운데 절반 가량을 오키나와(沖繩)현 후텐마(普天間)기지 이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등 미·일 간 안보 현안을 거론하는 데 할애했다. 아베 정권이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지 이전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미국이 동맹 관계를 고려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이해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다. 에토 보좌관은 “기지 이전과 관련해 민주당 정권에 배신당했던 미국에 아베 정권이 열심히 관계 회복 노력을 했다”고 강조한 뒤, “중국의 팽창정책은 (일본이) 아무리 억제하려는 노력을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참배) 결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아베 총리 주변의 우익 인사들이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일본의 국가주의적 각성’ 제하의 기사에서 혼다 에쓰로(本田悅朗) 내각 관방참여(자문역), 모미이 가쓰토(？井勝人) NHK 신임 회장 등을 거론하면서 “아베 총리는 우익 정치인 다수를 보좌관, 동료로 기용하고 있다. 이들은 논란을 일으키는 한편 중요한 이슈에 대한 아베 총리의 생각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혼다 참여에 대해서는 “열렬한 국가주의자”라고 평가하면서 “일본이 역사를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