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들의 휴식과 문화생활을 위해 조성된 서울광장이 각종 단체들의 무분별한 집회·시위 및 행사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서울광장의 사용이 특정 정치성향의 집회·시위에 편중돼 있고, 집회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도심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서울광장 사용 신고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2일 문화일보가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2013년도 서울광장 사용 현황(2013년 1월 1일∼12월 31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접수된 각종 행사는 총 245건(잔디식재, 스케이트장 설치 등 제외)이며 이 중 주최 측이 자발적으로 사전취소한 56건을 제외한 189건 중 11건만이 불수리(사용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행사는 동·하절기 구분없이 토·일요일에 집중돼 있었다.

이 가운데 집회·시위 및 정치적 성향의 행사는 58건(사전 취소 9건)에 이르렀지만 정치적 목적 등의 이유로 불수리 처리된 것은 단 1건이었다. 특히 신청이 수리된 49건 가운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국정원 개혁’ 등과 관련 집회 및 행사가 16건에 이르렀고, 노조 관련 집회·시위 행사가 16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보수적 성향의 집회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위원회 정기회에서 시는 2013년 서울광장 사용 신고가 총 235건이었으며 210건이 수리됐고, 불수리 25건, 취소가 60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중 집회는 43건으로 2012년 54건보다 줄었다고 보고했다.

시가 집계한 집회 분석과 문화일보가 분석한 내용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가 집회성격의 행사도 캠페인 등 일반 행사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회·시위 및 판촉 이벤트 등 각종 행사들이 무분별하게 서울광장을 점유하는 바람에 본래 광장 운영의 기본 방향인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 쾌적한 환경 속의 문화행사 향유’는 실종돼 버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시금 광장 사용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서울광장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음에도 시가 집회·시위 목적의 사용자에게 교통유발 최소화 계획조차 받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수리하는 위원회에는 교통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아 교통유발 문제는 신고 수리 여부에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서울광장은 다수 시민들의 휴식·문화의 공간이지 특정집단의 집회·시위 등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서울광장의 신고제 조례 변경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집회·시위를 위해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것 역시 집회시위의 한 과정이어서 집회시위 주체들이 교통유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동 방법을 신고 시 제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