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 경쟁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안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정부 주도의 가격 규제보다 정상적인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정책이 소비자들을 훨씬 더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단말기유통법, 소비자에게 득인가 실인가’ 토론회에서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소비자에 대한 차별적 지원을 시정하기 위해 마련된 ‘단통법’안대로 지원금을 일정금액(27만 원)으로 묶으면 소비자는 지금보다 단말기를 비싸게 구입하게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 교수는 “보조금을 고정해 사업자 간 경쟁을 제한하면 통신시장은 소비자 위주에서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바뀌어 결국 소비자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11년 7월 이후 단말기 보조금의 영향으로 롱텀에볼루션(LTE) 보급률이 크게 늘었던 것”이라며 “보조금 규제로 단말기 구입 가격이 올라가면 고가 제품을 소비자가 이용하기 어려워 신기술 개발과 보급이 지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말기 가격은 기술 개발과 시장 경쟁을 거치는 업종 특성상 지속적으로 인하되기 마련”이라며 “통신비 부담을 높이는 것은 인하되지 않는 통신요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신요금은 현재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가 정부 허가를 받아 요금을 책정하면 나머지 사업자가 추종하는 ‘가격 선도제’ 방식으로, 정부 주도의 담합이나 마찬가지”라며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서는 정부의 가격 인가제를 폐지하고, 가격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국 배재대 아펜젤러국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할 일은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최종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