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방 전문 컨설팅사인 IHS 제인스가 영변 원자로가 폭발할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특히 ‘실제적 위협’이라는 분석을 통해 북한 핵문제가 핵개발 차원을 넘어서 핵 원자로의 안정성 문제로 인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일대에 핵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경고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선진국’에 속하는 일본조차도 원전 사고를 막지 못한 가운데 관리기술이 부족한 북한이 노후한 원자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5일 IHS 제인스는 최근 발간한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를 통해 영변 원자로가 불이 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럴 경우 화재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보다 더 나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구 소련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막지 못했는데 북한의 관리 기술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지난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세계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 가운데 하나로, 방사능이 옛 소련의 많은 지역으로 확산됐었다.

전문가들은 흑연이 30년 가까이 되면 열을 만들기 시작한다며, 1986년에 처음 가동한 영변 원자로의 수명이 30년 가까이 됐기 때문에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균렬(원자력공학) 서울대 교수는 “영변의 5㎿급 원자로는 오래된 흑연감속로를 재사용하는 구식 마그네슘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 화재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기법은 물 대신 가연성이 높은 흑연을 사용해 화재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르노빌은 물론 1957년 영국의 윈즈케일 원전사고 등 과거 화재가 발생한 원자력 사고는 모두 흑연을 이용한 원자로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호주 멜버른왕립기술연구소의 피터 헤이스 연구원은 “영변 원자로의 흑연 감속로에 불이 붙으면 고열과 고압이 폭발을 야기해 ‘퍼펙트 스톰’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방사능물질이 하늘로 치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전 폐쇄와 재가동을 반복한 점 역시 영변 원자로의 취약성을 더 높이고 있다. 영변 원자로는 1994년 중단, 2003년 재가동, 2007년 불능화 조치 등을 반복했기 때문에 위험이 크다고 IHS제인스는 지적했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들어서는 중국도 영변 원자로의 안전성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심각하게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