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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500명 안팎의 로스쿨 졸업생들이 법률시장에 발을 들여놓지만 다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SKY(서울·고려·연세대)를 중심으로 재학 중 고소득이 예상되는 대형로펌에 인턴사원으로 뽑힌 뒤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자동으로 정식 입사하는 이른바 ‘입도선매 전형’을 거치는 소수의 ‘로스쿨 성골’들이 있는가 하면 월 200만∼300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각종 허드렛일을 하는 ‘변호사 비서’와 같은 변호사들도 있다. 가뜩이나 불황이라는 변호사업계에서 로스쿨 출신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입도선매 전형으로 지난해 대형로펌에 입사한 L 씨는 2학년 여름방학 때 인턴사원으로 뽑힌 뒤 해당 로펌행이 확정됐다. 정식 입사 전이지만 채용축하금 등의 명목으로 2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다른 로펌에서는 이 전형을 거친 재학생들에게 매월 일정 금액의 ‘용돈’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SKY 중 한 곳에 재학 중인 이모(여·28) 씨는 “2학년 2학기나 3학년 1학기 때 대형로펌의 입사가 확정된 재학생들이 여럿 된다”면서 “주로 해외 유명 대학을 나왔거나 집안 배경이 좋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각종 통계에서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대형로펌의 신입 가운데 약 80%가 SKY 로스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수의 로스쿨생들은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고, 중소 로펌에 들어간다고 해도 각종 잡일에 ‘박봉’인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사립대 로스쿨 출신 김모(30) 씨는 지난해 2월 졸업 후 8개월 동안 구직 활동을 한 뒤 서울 서초구의 작은 로펌에 가까스로 취업했다. 6개월의 의무수습 기간이 끝나더라도 3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기대하긴 어렵다. 김 씨는 “연봉은 적더라도 경험을 쌓자는 마음으로 들어왔지만 서류검토나 잡다한 일 위주로 하고 있어 말만 변호사지 사무장이나 비서가 된 느낌”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런 대우가 못마땅해 설령 개업을 선택한다고 해도 사정은 좋지 않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변호사 3725명 중 연간 수입 2400만 원 이하 변호사는 640명으로 17.2%에 달했다. 월 200만 원도 못 버는 변호사 비율은 2009년 14.4%에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권 로스쿨 출신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는 마당에 지방에 대한 차별은 말할 것도 없다. 몇몇 대형 로펌에서는 인턴 채용공고 공문을 서울권 로스쿨에만 보내 지방은 정보 접근 기회조차 차단했다고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재학 중 이뤄지는 실무 수습도 지방 로스쿨생들이 국내 주요 로펌에서 이수하는 비율은 10% 안팎에 그쳤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