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지난 2012년부터 연간 1500명의 변호사 자격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 중 로스쿨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 우수자들은 법원, 검찰, 대형 법무법인(로펌)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법원과 검찰에서는 사법 엘리트의 명맥이 끊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로스쿨 체제 이후 법조인들의 자질이 평균적으로 크게 하락했다는 평가도 있다.

◆법조계 질 저하 우려 = 법조인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제공할 수 있는 법률 서비스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5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로스쿨이 졸업생을 배출한 2012년부터 해마다 변호사 숫자는 2000명 가까이 늘고 있다. 2011년 1만2607명이던 변호사 숫자는 2012년 1만4534명, 2013년 1만6547명으로 2년 만에 약 30% 증가했다. 급격한 양적 팽창이 질적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하에서 평균 5∼6년에 걸쳐 이뤄진 교육과정이 로스쿨 체제에서는 3년으로 단축되면서 로스쿨 우수 인재가 사법시험 체제하에서의 우수 인재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검사가 되는 로스쿨 상위 성적 학생이 검사가 못 되는 성적 낮은 사법고시합격생보다 더 낫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은 2022년부터 10년 이상 변호사, 검사 경력자들 가운데서만 법관을 뽑아야 하는데 대형 로펌 등 소속 조직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고액 연봉 등 최고의 대우를 받는 인재들이 굳이 법원으로 오려고 하겠느냐”며 “최고의 인재들이 만든 사법부의 위상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들은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1∼2년 정도는 실무에 투입하지 않고 수습교육을 시키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판사들로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제출하는 서면(書面)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자질 문제까지 등장 = 로스쿨 체제가 법조인에게 필요한 인성이나 기본 소양 교육도 소홀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2012년 11월에는 로스쿨 출신 검사가 실무수습 기간에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유사 성행위를 하다 적발되어 실형이 확정됐고, 2013년 4월에는 로스쿨생이 텝스·토익 부정시험을 주도하다가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같은 해 12월에는 연세대 로스쿨 학생이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험문제를 빼돌리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과거에는 예비 법조인들이 구속에 이를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며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기관으로서 적합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각종 범죄 혐의로 입건된 변호사는 544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45%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 증가가 자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통계로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