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 개교, 5년간 운영돼온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로스쿨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범 당시 로스쿨은 변호사 배출시스템을 ‘시험에 의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바꿈으로써 배타적 특권을 향유해온 법조계를 개혁하고 법률시장 수요·공급의 균형을 이뤄 질좋은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변호사 수의 급증에 따른 법률시장 왜곡과 법조인 질 저하 등 당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법원과 검찰에서는 로스쿨 체제가 수십년간 쌓아온 사회적 위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변호사 업계에서도 변호사 수준의 하향 평준화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에 따른 각종 사건·사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지나친 학비 부담으로 인한 ‘돈스쿨’ 오명과 변호사 시험 합격에만 의존하는 부실한 학사 운영 등의 문제까지 지적되면서 사법시험을 유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2일 변호사 예비시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소정의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오는 2017년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달라는 내용으로 국회에 입법청원을 제기했다. 출범 5년 만에 로스쿨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 측은 현재의 상황을 새로운 제도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겪는 불가피한 진통으로 보고 각종 부작용 등은 제도 보완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폭넓은 기회 보장으로 전문성을 살린 다양한 인재들이 변호사 시장으로 진입하는 등 로스쿨 도입의 긍정적 효과도 일부에서 가시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5일 “국민에 대한 좋은 법률 서비스 제공이라는 도입 취지를 잊지 않은 가운데서 앞으로 제도 운영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김동하·김대종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