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김모(26) 씨는 로스쿨에 입학해 법조인이 되려던 꿈을 지난해에 접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해마다 2000만 원 가까운 등록금을 마련하기 힘들었고, 3년 동안 아무런 경제활동 없이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지만, 로스쿨을 나온다고 해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로펌이나 안정된 직장에 취직한다는 보장이 없어 불안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결국 지난 1월 전공과 상관없는 국내 한 대기업 경영관리직에 입사했다.

◆‘로스쿨은 돈스쿨’= 올해로 출범한 지 만 5년이 지난 로스쿨 제도가 ‘돈스쿨’이란 오명과 함께 서민들의 법조계 진출을 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법조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입학 후 등록금은 물론 입학 전 준비 과정에서부터 많은 비용이 들어 수험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지방의 한 로스쿨에 입학 예정인 이모(여·26) 씨는 “약 6개월 동안 법학적성시험(LEET) 및 면접을 준비하는 종합반을 수강했는데 500만 원 가까이 들었다”며 “원하는 로스쿨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비용 때문에 다시 준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학 후에도 높은 등록금 탓에 과외 교습 등 아르바이트와 학과 수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지역 사립대학 로스쿨에 재학 중인 최모(29) 씨는 “등록금을 내 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해 자취방 월세와 용돈을 과외를 통해 벌고 있다”며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어려워 걱정이다”고 말했다.

제자리걸음 중인 장학금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입 당시부터 제기된 높은 학비 문제에 대해 로스쿨은 장학금 비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장학금 지급 비율은 변하지 않고 있다.

◆부실한 학사운영 =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입학해도 부실한 학사운영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로스쿨의 학사운영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로스쿨 교육이 변호사시험 위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지역 로스쿨생 김모(32) 씨는 “재학 중인 로스쿨의 특화분야인 특허재산법이 수강생이 없어 폐강되기도 했다”며 “상거래법과 형사소송법, 민법 등 변호사시험과 취업에 도움되는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실무교육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 씨는 “방학 때 기관과 로펌에서 각각 2주씩 4주간 실무교육을 받는데 변호사시험 준비 때문에 실무를 익히기 힘든 실정”이라며 “현장에서도 아직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정비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한 로스쿨 인증평가 결과 교수 연구실적 미비, 학생 1인당 투자 교육비 미달 등으로 18개 로스쿨 중 7개가 개선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