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 입시 풍경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대학 진학률이 낮았을 때는 교육 기회를 늘려 교육 불평등 해소에 기여했고, ‘100세 시대’를 맞아서는 평생교육의 공간이 됐다. 이 때문에 1980∼1990년대 신입생과 편입생 비율이 3대 1 정도였으나 요즘은 편입생이 신입생보다 많다. 한번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버틸 수 없는 지식정보사회가 되면서 법조인, 의사,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입학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2014학년도 정시기간 동안 신·편입생을 모집한 결과, 6만4223명이 지원했다. 신입 지원 2만8403명(44.2%), 2학년 편입 1만1529명(18.0% ), 3학년 편입 2만4291명(37.8%)이다. 편입생이 많다 보니 3명 가운데 1명은 2030세대(32.3%, 2만712명) 지원자다. 특히 올해는 교육부의 지원으로 ‘선취업 후진학자’를 위한 금융·서비스학부와 첨단공학부가 신설되고, 재직자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2030세대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지원자의 증가뿐 아니라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 출신자들도 대거 지원해 달라진 방송대의 위상을 말해 주고 있다. 올해 편입 지원자들의 출신학교를 보면 서울대(176명), 연세대(157명), 고려대(192명), 성균관대(147명), 한양대(111명), 이화여대(141명), 건국대(124명), 중앙대(106명), 동국대(100명), 숙명여대(99명), 한국외대(85명) 등이다. 사이버대 출신의 지원도 두드러져 한양사이버대 52명, 서울사이버대 39명, 고려사이버대 38명, 경희사이버대 36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고급 인력이 몰리는 방송대는 재학생 가운데 80%가 직장인이다. 특히 의료·교육·언론·법조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지원도 크게 늘어 의료계 4415명, 교육계 5132명, 언론계 208명, 법조계 85명으로 나타났으며 공공기관과 국영기업에서도 2667명이 지원했다.

방송대에 이처럼 고급 두뇌가 몰리는 이유는 학비 부담이 없는 데다 직장인으로서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방송대만큼 여건이 좋은 대학도 없기 때문이다. 한양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태훈(38) 씨는 “법학과 영어영문학과에 이어 문화교양학과에 세 번째 도전 중”이라며 “학비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방송대 지원 이유를 말했다. 또 정보통계학과에 지원한 이창원(41·의사) 씨는 “논문을 쓸 때 통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혼자서 공부해온 통계학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도전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경쟁률도 치열하다. 방송대 입시관계자는 “인기 학과는 학년별 모집인원과 지원율을 꼼꼼히 따져 보고 선택해야 합격의 가능성이 높다”며 “편입 지원 시 이전 대학의 학점을 요구하기 때문에 교육계열과 같이 경쟁률이 높은 학과일수록 편입보다 1학년 신입생 지원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대는 좀더 많은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7일까지 추가 모집을 실시한다. 자세한 문의는 홈페이지(www.knou.ac.kr)를 참고하면 된다. 문의 1577-2853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