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한국시간 21일 오전)에 열린 한·스위스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창조경제 최적의 파트너’인 스위스와 전 방위적인 경제·사회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날 양국이 체결한 협정 1건과 양해각서(MOU) 11건 등 12건의 협약에는 스위스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직업교육 등 산업·기술 분야 협력을 비롯해 에너지, 첨단 과학기술, 교역·투자, 관광, 의약 등에서의 협력 계획이 망라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스위스는 기초과학이 발달했고, 효율적인 직업교육 제도를 갖췄으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도 많아 한국이 창조경제를 추진하는 데 최적의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스위스 방문은 양국의 협력 방안을 설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말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대형 인프라 건설 계약을 따내는 등 굵직한 가시적 성과는 없지만 오늘 체결된 협정이나 MOU가 향후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이날 양국은 투자·교역 확대뿐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접목해 상호 경쟁력을 높이는 ‘미래를 위한 약속’ 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스위스엔지니어링협회(SWISSMEN)가 체결한 ‘글로벌 기술인력 양성 MOU’다. 한국의 기계·바이오 분야 마이스터고 졸업자 중 매년 20명을 선발, 1년은 국내에서, 2년은 스위스에서 전문 직업교육을 시키는 내용이다. 교류 인력은 많지 않지만 낮은 대학진학률(29%)에도 세계 최고의 기술자를 양성하는 스위스 직업훈련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스위스 경제교육연구부의 ‘산업기술협력 MOU’도 스위스의 정밀기계·화학·나노·바이오 기술과 한국의 우수한 생산기술을 접목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스위스 재료과학기술연구소의 ‘기술사업화 공동연구 MOU’ 및 한국과학기술원(KAIST)·스위스 로잔공대의 ‘기술사업화 대학창업 협력 MOU’ 등 과학기술 분야 협력에도 진척이 있었다. 기업들 간에도 총 5건, 1억7200만 달러 상당의 부품소재 구매 공급 협력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베른 =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