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오후(한국시간 21일 오전) 북한의 잇단 유화 메시지와 관련, “무엇보다 북한 지도부가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이 스스로 변화해야겠지만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베른에서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말하고 있지만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화해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 의무 준수 촉구 등 대북 압박을 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변화되도록 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국제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스위스가 1953년 휴전협정 이래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에 대표를 파견하고 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해 지지와 환영의사를 표명한 것에 감사를 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거나 핵실험, 미사일 발사실험을 할 때마다 스위스는 강력히 규탄했다”고 강조한 뒤 “동시에 스위스는 북한과 대화채널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로 결정적 순간이 온다면 (북핵문제 해결에)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동시에 대화창구를 유지하겠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의지를 확인했다.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북한 어린이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도 생각 중이며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스위스의 인도적 지원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베른 =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