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과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 경영대학원 등 각종 특수대학원 등이 운동이나 교육 등 본연의 목적 보다는 인적 네트워크(인맥) 확대를 위한 사교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이들 시설이나 교육과정의 경우 고비용과 특정 계층의 폐쇄적 문화로 인해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이권청탁이나 각종 민원이 오가는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1980∼1990년대 국내 부유층들이 사교의 장으로 즐겨 찾던 골프장이 2000년대 이후에는 특급호텔의 피트니스클럽으로 옮아가는 모양새다. 골프장 회동이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데다 골프가 더 이상 부유층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반면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의 경우 고가의 연회비와 까다로운 가입 요건 등으로 비슷한 사회적 지위와 소득 수준을 가진 회원들이 모인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의 회원권 시세는 1000만∼5000만 원에 달하고 연회비 역시 200여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돈만 있다고 가입되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 임원급 이상 등 직업이나 직위 등에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회원들이 모인 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가입이 가능하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 회원은 “사실 운동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짜여 있는지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전문직 종사자 등이 얼마나 많은지가 회원들의 주된 관심사”라며 “운동은 뒷전이고 친목 도모가 주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에 약 300개 정도로 추산되는 경영대학원, 정책대학원, 언론대학원 등의 최고위 과정 역시 교육보다 사교의 장으로 불린다. 서울 지역 한 명문대에서 배포한 최고위 과정 홍보자료를 보면 강의 커리큘럼보다 전직 대통령과 국회의원, 기업 임원들이 거친 곳이라는 데 더 많은 소개를 할애했다. 일부 기업인이나 전문직 종사자 사이에서 최고위 과정은 인맥을 쌓는 곳일 뿐 아니라 새로운 자기 포장 수단이 되기도 해 강의 때마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동기들과 이른바 ‘인증샷’이라 불리는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 될 정도다.

수업 후 갖는 술자리나 동기간 골프모임 등이 수업보다 훨씬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지만 인맥쌓기를 위해서라면 한 학기 등록금 1000만 원이 아깝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미국 최고위 과정에서는 교실에서 배운 이론을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는지 엄격하게 평가하는데 국내에서는 수업은 뒷전이고 인맥쌓기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